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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리뷰 – 뿌리를 내린다는 것, 한국 이민자 가족의 삶과 희망의 여정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Minari)’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이민자 가족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낯선 땅에서의 생존과 정체성, 가족 간의 사랑과 갈등을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유려한 영상미와 이민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서사는 관객에게 진한 공감과 잔잔한 감동을 남기며, 뿌리와 희망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낯선 땅, 익숙한 사랑 – 이민자의 눈으로 본 가족의 시작‘미나리’는 이민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매우 개인적이고 섬세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 미국 아칸소. 주인공 제이콥(스티븐 연)은 닭 부화장 일과 병행하며, 농장을 꾸려 가족의 미래를 일구고자 한다. 그의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도시 생활을 떠나 낯선 시골의 불편함과 불안정한 삶에 불만을 가지며 갈등을.. 2025. 6. 3.
노매드랜드 리뷰 – 떠돌이의 삶이 품은 고독, 자유 그리고 존엄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Nomadland)’는 미국 경제 불황 이후 주거를 잃고 밴에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여정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그늘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조명하는 작품이다. 실존하는 노매드들과의 교류, 다큐멘터리적인 연출, 그리고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섬세한 연기가 어우러져, 이 영화는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정착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 삶을 다시 묻는 여정의 시작‘노매드랜드’는 미국 서부의 황량한 풍경 속에서, 집을 떠나 도로 위를 살아가는 한 여성 ‘펀’의 삶을 따라간다. 그녀는 남편을 잃고, 경제 붕괴로 인해 거주하던 도시 엠파이어가 사라진 뒤, 낡은 밴 하나를 집 삼아 유랑을 시작한다. 영화는 그녀의 처지를 동정하거나 미화.. 2025. 6. 3.
밤쉘 리뷰 – 침묵을 깨뜨린 여성들, 폭스 뉴스의 권력 구조를 고발하다 제이 로치 감독의 ‘밤쉘(Bombshell)’은 미국의 거대 미디어 기업 ‘폭스 뉴스’ 내부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을 바탕으로, 여성 앵커들이 침묵을 깨고 권력을 향해 맞서는 과정을 그린 실화 기반 드라마다.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 등 걸출한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영화는 시스템 속 침묵과 그 침묵을 깨뜨리는 데 따르는 용기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단지 폭로극이 아닌, 여성 서사의 주체화를 그려낸 작품이다.성공의 정점, 그 뒤에 가려진 침묵의 거래‘밤쉘’은 겉보기엔 미국 미디어 업계의 빛나는 성공 이야기처럼 시작된다. 폭스 뉴스는 정치적 보수의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체로, 수많은 여성 앵커들이 그 화면을 채우며 명성과 대중의 사랑을 누린다. 하지만 그 화려한 조명 뒤에는 말할 수 없.. 2025. 6. 3.
악마를 보았다 리뷰: 복수의 끝, 인간성의 경계에 서다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복수극의 클리셰를 넘어서 인간의 본성, 악의 실체, 윤리의 파괴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병헌과 최민식의 압도적 연기는 복수와 고통이 반복될수록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관객을 극한의 심리적 공포로 이끈다. 고어한 연출과 철학적 질문이 뒤섞인 이 작품은 한국 스릴러의 정점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남는다.복수의 형식을 빌린 인간성 실험‘악마를 보았다’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충격적인 살해 장면으로 시작되며, 관객을 강제로 극한의 감정 상태로 몰아넣는다. 살인마 장경철(최민식 분)이 무고한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그 피해자가 국정원 요원의 약혼녀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이야기는 복수의 서사로 급변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관습.. 2025. 6. 1.
미야자키 하야오의 유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리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한 소년의 상실과 성장, 그리고 환상의 여정을 통해 인생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아우르는 철학과 세계관을 집대성한 유작 같은 작품으로, 생명, 책임, 가족, 전쟁,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 존재의 핵심을 섬세하고 환상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 감성은 정적이면서도 심오하다.상실에서 피어난 환상의 세계, 그리고 그 이면의 진실‘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무려 10년의 침묵을 깨고 내놓은 복귀작이자, 마치 유언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시작된다. 폭격으로 어머니를 잃은 소년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시골의 큰 저택으로 .. 2025. 6. 1.
킬링 로맨스 리뷰: 기괴하고 유쾌한 비극, 로맨스의 새로운 탈출구 ‘킬링 로맨스’는 기존 멜로 장르의 공식을 완전히 뒤틀며 블랙코미디, 뮤지컬, 스릴러 요소를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이다. 이원석 감독의 실험적 연출과 이하늬, 이선균, 공명 배우의 과장되면서도 세밀한 연기는 이 낯설고도 신선한 로맨스를 특별한 경험으로 탈바꿈시킨다. 로맨스에 숨겨진 억압과 해방의 주제를 익살스럽게 풀어낸 이 작품은 장르 혼종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로맨스를 해체한 블랙코미디의 유쾌한 반란‘킬링 로맨스’는 전형적인 로맨틱 서사의 틀을 과감히 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의 얽힘과 해방을 그려낸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하는 듯하지만, 이내 블랙코미디, 판타지, 스릴러, 심지어 뮤지컬적 요소까지 뒤섞이며 기존 장르 구분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혼재한 가운데서도.. 2025.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