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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리뷰 – 탈영은 죄인가, 생존인가

by overinfo 2025. 6. 24.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군 탈영병을 추적하는 헌병대 병사들의 시선을 통해 한국 군대 내 부조리, 폭력, 그리고 인간성의 경계를 치열하게 탐구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군대 이야기 이상으로, 청년의 현실, 제도의 모순, 그리고 ‘탈영’이라는 행위에 담긴 절박함을 되묻는 사회적 고발극이다.

D.P. 리뷰

 

군복 안의 울음, D.P.가 바라본 청춘의 그림자

‘D.P.’(Deserter Pursuit)는 넷플릭스에서 2021년 공개된 한국 드라마로,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는 병영 내 부조리를 고발하는 동시에,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많은 시청자에게 큰 충격과 공감을 안겼다. 주인공 안준호(정해인)는 평범한 청년으로 입대해, 우연한 계기로 군 탈영병을 추적하는 D.P. 부대에 차출된다. D.P.란 Deserter Pursuit의 약자로, 탈영병을 찾아 데려오는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그는 파트너 한호열(구교환)과 함께 다양한 사연을 지닌 탈영병들을 쫓으며, 단순히 ‘탈영’이라는 행위를 법으로 규정하기엔 너무 복잡한 감정과 사연이 존재함을 점점 깨닫게 된다. 드라마는 단순히 군복을 입은 병사들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사회, 특히 청년 세대가 겪는 억압과 침묵의 구조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병영 문화라는 독특한 폐쇄성과 계급, 위계 구조는 각종 폭력과 인권 침해의 온상이 되어, 병사 개개인의 존엄성과 인격을 짓밟는다. D.P.는 이 시스템 안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잡아들이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역시 같은 체제의 피해자이며 관찰자다. 서론에서는 ‘D.P.’가 단순한 군대 이야기를 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하는 작품이라는 점을 짚었다. 이 드라마는 ‘탈영’을 하나의 범죄로만 보지 않고, 그 이면의 인간적 사연과 심리적 붕괴를 담아냄으로써 우리 모두가 외면해온 진실에 정면으로 맞선다.

 

죄를 좇는 자, 죄를 만든 자 – D.P.의 윤리적 역설

‘D.P.’는 극단적으로 폐쇄된 군대라는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신체적 폭력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탈영병들을 ‘도망자’로만 규정하지 않고, 그들이 왜 탈영을 선택했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들의 선택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 견디기 어려운 가혹행위, 지속적인 따돌림, 외부 가족사와 경제적 압박까지, 하나같이 우리 주변에도 존재하는 현실이다. 특히 회차마다 등장하는 탈영병들의 에피소드는 이 드라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배경과 사연을 지녔지만, 공통적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는 절박함’에 처해 있다. 예컨대 자신을 폭행한 고참을 견디다 못해 도망친 병사, 부모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복귀하라는 명령에 굴복할 수 없었던 청년, 자해를 하며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호소하는 이들 모두는, 현실에서 그저 ‘비겁한 도망자’로 치부되기엔 너무도 고통스러운 존재들이다. 드라마는 이러한 사연을 통해 관객에게 묻는다. ‘정말 이들이 잘못한 것인가?’ ‘도망친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 질문은 D.P.의 주인공들에게도 고스란히 돌아간다. 안준호는 탈영병을 쫓는 과정에서 매번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정의로운가? 아니면 이 체제의 하수인인가?’ 한호열 역시 탈영병들을 잡아들이는 일이 때론 괴롭고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들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줄 수 없음에 좌절한다. 이 드라마는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뿐만 아니라, 그것을 방관하거나 용인하는 시스템 전체를 겨냥한다. 보고 체계, 진급 구조, 무력한 상관과 강압적인 문화는 모두 병사들을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데 일조한다. 가장 큰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은 오히려 아무런 처벌 없이 살아남고, 그 구조에 반기를 든 이들은 부적응자로 낙인찍힌다. 이 아이러니는 단지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불의와 매우 닮아 있다. 본론에서는 ‘D.P.’가 보여주는 윤리적 갈등, 구조적 폭력, 그리고 탈영이라는 선택의 배경에 주목했다. 이 드라마는 단지 도망자와 추적자 간의 긴장감을 넘어서, ‘누가 죄를 만들고, 누가 죄를 뒤집어쓰는가’에 대한 구조적 질문을 던지며, 깊은 반성을 요구한다.

 

그들은 왜 도망쳤는가 – 공감이 만든 저항의 목소리

‘D.P.’의 결말은 통쾌하지 않다. 오히려 깊은 무력감과 함께 끝을 맺는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현실의 복잡함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안준호는 자신의 임무와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며, 한 사람의 인생을 지켜주지 못하는 시스템의 무력함에 절망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마음에 새긴다. 드라마는 정의가 항상 시스템에 있지 않으며, 도망치는 자에게도 존엄이 있음을 강조한다. 탈영은 불법일 수 있지만, 그 선택이 어쩌면 인간으로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저항’이었다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납득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설득력은 단순히 연출력이나 스토리의 힘 때문이 아니라, 작품 전반에 흐르는 ‘진정성’ 덕분이다. 또한 ‘D.P.’는 군대라는 특정 공간을 통해,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 위계 문화, 그리고 청년 세대가 겪는 억압과 좌절을 거침없이 조명한다. 병영은 작은 사회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곧 사회 전체의 축소판이며,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수많은 폭력의 은유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그들이 왜 도망쳤는가’보다, ‘우리는 왜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는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D.P.’는 탈영을 쫓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자 한 이야기다. 누구나 생존을 위해 도망칠 수 있고, 때론 그 도망이 비겁함이 아니라 용기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제도를 바꾸고, 사회의 시선을 바꾸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그들은 죄인이 아니다. 그들은 살아남으려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를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