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24년 다시 읽는 "자기 앞의 생" 리뷰 (아이의 시선, 매담 로자와 모모,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by overinfo 2025. 7. 28.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은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명작으로 회자됩니다. 2024년 현재, 이 책은 다양한 사회적 이슈—이주, 차별, 빈곤, 죽음—와 깊이 맞닿아 있으며, 인간 존재의 본질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듭니다. 어린 소년 모모와 노년의 매담 로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시대를 초월하는 사랑과 연대의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기 앞의 생 리뷰 사진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생의 본질

『자기 앞의 생』은 10살 소년 ‘모모’의 시점에서 서술됩니다. 이 어린 화자의 시선은 순수하면서도 때때로 잔인할 만큼 냉철합니다. 모모는 프랑스 파리의 벨빌 지역, 사회의 가장 바닥에 위치한 다문화 공동체 속에서 자라납니다.

 

창녀의 아이, 아랍계 소년, 무슬림—그에게 붙는 수많은 ‘꼬리표’는 사회가 만든 경계선이지만, 모모는 이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며, 사람을 관찰합니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인생의 무게’를 어린아이가 대신 말한다는 점입니다.

 

모모는 세상을 제대로 배워본 적 없고, 사랑을 말로 표현할 줄도 모릅니다. 하지만 독자는 그의 내면을 통해 어른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과 상황을 더 깊이 느낍니다. 그의 말투는 솔직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지만, 그 안에는 빈곤, 죽음, 고독, 혐오, 편견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특히, 매담 로자와의 관계는 단순한 보호자-피보호자의 틀을 넘어선, 인간 대 인간의 ‘존재 인정’으로 읽힙니다. 2024년 현재, 전쟁과 이주 문제, 세대 갈등 등으로 세상은 더 복잡해졌습니다.

 

그런 지금, 모모의 시선은 인간 존엄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합니다. 이 책이 오래되었지만 결코 낡지 않은 이유입니다.

매담 로자와 모모, 삶의 끝과 시작이 만나다

『자기 앞의 생』의 또 하나의 중심축은 매담 로자입니다. 그녀는 전직 창녀이자 아우슈비츠 생존자이며, 이제는 창녀들의 아이를 맡아 키우는 노년의 여성입니다. 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고 모모를 돌보며,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품을 내어줍니다. 모모와 로자는 혈연도, 법적 보호 관계도 아니지만 서로에게 ‘가족’ 이상의 존재가 됩니다.

 

특히 이 작품은 죽음과 노쇠함에 대해 감상적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매담 로자는 점차 기억을 잃고 몸이 무너져가는 자신을 숨기며, 동시에 “병원에 끌려가지 않게 해 달라”고 모모에게 부탁합니다. 이 장면은 인간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절절한 의지를 보여주며, 모모의 마지막 선택은 독자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깁니다.

 

로자의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모모는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 얼마나 복잡한 감정의 연속인지 체감하며, 로자의 존재를 통해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개념을 체득합니다. 이는 단지 감정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가장 근본적인 방식에 대한 고찰입니다.

 

오늘날 고령화, 요양병원 문제, 존엄사 등 다양한 사회 이슈를 바라보는 데 있어, 『자기 앞의 생』은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입니다. 죽음과 노년을 품은 문학이 어떻게 생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지 이 소설은 보여줍니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문학이 할 수 있는 일

이 책의 또 다른 핵심은 ‘타자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입니다.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외면받고 잊힌 이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창녀의 아이, 난민, 유대인, 아랍인, 노인, 병자—모든 이들이 ‘자기 앞의 생’을 견디고 있으며, 그 누구도 이 생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특히 작가는 ‘이해하지 못함’ 자체를 받아들이는 성숙함을 문학적으로 설득합니다. 모모는 로자에 대해 전부 알지 못하고, 로자 역시 모모를 완벽히 이해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너무 쉽게 타인을 단정하고, 거리를 두며, 혐오로 치닫는 현실에 대한 묵직한 반성으로 이어집니다.

 

문학은 말하지 못하는 이들을 대신해 말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앞의 생』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인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분석이 아니라 공감이며, 그 공감은 때로 아주 조용한 문장 하나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기 앞의 생』은 세월이 흘러도 빛을 잃지 않는 진짜 문학입니다. 우리가 외면하거나 잊고 있었던 ‘인간다움’과 ‘연대의 감정’을 되새기게 하며, 타인의 생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힘을 다시금 불러냅니다.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감상용 고전이 아닌, 지금 당장 필요한 생존의 윤리이자 삶의 나침반입니다.

결론: 오래된 고전이 지금 더 필요한 이유

『자기 앞의 생』은 세월이 흘러도 빛을 잃지 않는 진짜 문학입니다. 우리가 외면하거나 잊고 있었던 ‘인간다움’과 ‘연대의 감정’을 되새기게 하며, 타인의 생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힘을 다시금 불러냅니다.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감상용 고전이 아닌, 지금 당장 필요한 생존의 윤리이자 삶의 나침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