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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4 리뷰 – 이별과 성장, 그리고 장난감의 새로운 의미

by overinfo 2025. 6. 12.

픽사의 대표작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은 우디와 장난감 친구들의 모험을 통해 또 다른 이별과 성장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인생의 전환점과 자아 정체성, 그리고 진정한 자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성숙한 서사를 품고 있다. 장난감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관계의 복잡함과 감정의 깊이를 담아낸 수작이다.

토이 스토리 4 리뷰

 

우디의 선택 – 장난감이 묻는 진짜 소속감과 존재 의미

‘토이 스토리 4’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우디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새로운 장난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 영화는 단지 기존 캐릭터들의 익숙한 재회나 해프닝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리즈 중 가장 철학적이고 성숙한 주제를 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소속’과 ‘자아의 발견’이다. 장난감이란 원래 아이의 소유물이며, 그 존재 이유는 아이를 즐겁게 해주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우디는 그 ‘운명’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보니가 만든 새 장난감 ‘포키’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포키는 쓰레기로 만들어진 장난감으로, 자신을 장난감이 아니라 버려야 할 쓰레기라고 생각하며 도망치려 한다. 우디는 그런 포키를 설득하고 보니 곁으로 데려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겉보기엔 포키를 구하는 여정이지만, 실은 우디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더 이상 보니에게서 가장 사랑받는 장난감이 아니고, 아이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서사는 지금껏 ‘아이를 위해 존재하는 장난감’이라는 전제를 깨뜨린다. 장난감의 가치와 존재 의미는 반드시 ‘누군가의 것’이어야만 하는가? 우디는 포키를 통해, 그리고 우연히 다시 만난 옛 친구 보핍을 통해, 장난감으로서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목격한다. 소속된 주인이 없이도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는 자유로운 방식 말이다. 서론은 이렇게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처음으로 장난감이 주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 이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우디는 이제 더 이상 앤디의 장난감이 아니고, 보니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있다. 그는 그 사실을 부정하려 하지만, 결국 받아들이고 변화해 간다. 이 내면의 변화는 단지 장난감의 성장담이 아니라, 관객이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이별과 정체성 변화에 대한 은유로 작용한다. ‘토이 스토리 4’의 서론은 그러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누구의 일부로서만 존재해야 하는가? 혹은, 독립적인 존재로서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단지 장난감 세계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성장의 과제다.

 

자유와 책임 사이 – 새로운 선택이 말하는 진짜 용기

영화의 본론은 우디의 여정이 어떻게 변화의 결정을 향해 나아가는지를 그린다. 처음에는 단순히 포키를 보니에게 돌려주기 위한 임무로 시작되지만, 그 과정에서 우디는 다양한 새로운 장난감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캐릭터는 중고 가게에 있는 ‘개비 개비(Gabby Gabby)’다. 그녀는 자신의 결함으로 인해 아이의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완벽한 상태로 고쳐지면 언젠가 자신을 받아줄 아이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지닌 인물이다. 개비 개비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우디의 보이스 박스를 요구하며, 처음에는 대립하는 캐릭터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외로움과 상실감을 통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우디는 자신의 목소리를 주고, 개비 개비는 새로운 아이의 곁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 과정은 ‘희생’이라는 테마를 중심에 둔다. 우디는 더 이상 장난감으로서 최고의 자리에 있지 않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존재다. 한편, 우디는 보핍과의 재회를 통해 또 다른 선택지를 마주한다. 보핍은 ‘유랑 장난감’으로, 특정 아이에게 소속되지 않고 놀이공원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선택했다. 그녀는 처음엔 우디의 충성심과 책임감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점차 그의 내면에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보게 된다. 두 사람은 함께 모험을 하며 서로의 삶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우디는 이 과정을 통해 ‘자유’와 ‘책임’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게 된다. 보니에게 충실한 삶이 과연 지금의 자신에게 꼭 필요한가? 아니면 이제는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가? 결국 그는 그동안 자신을 규정해왔던 정체성을 내려놓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다. 이는 단지 우디의 결단이 아니라, 이 시리즈 전체가 성숙해졌음을 상징한다. 본론에서는 또한 다른 캐릭터들의 개성도 풍부하게 묘사된다. 듀크 카붐, 버니와 더키 같은 조연 장난감들은 유쾌하면서도 각자의 상처와 고유한 서사를 지닌다. 이들은 우디가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배경이 되며, ‘모든 장난감은 제각기 의미 있고 고유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강화한다. ‘토이 스토리 4’는 본론에서 우디라는 영웅이 ‘떠나는 용기’를 가지는 순간을 담아낸다. 이전 시리즈에서 늘 누군가 곁에 있던 그는, 이제 처음으로 스스로의 길을 선택한다. 그것은 책임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책임을 스스로 정의하는 것이며,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가까운 선택이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시작 – 진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정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우디가 자신의 친구들과 작별을 고하고, 보핍과 함께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는 ‘토이 스토리’라는 프랜차이즈에서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며, 시리즈의 한 시대가 마무리됨을 알린다. 그러나 이별은 곧 새로운 시작이며, 그 선택은 ‘성장’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우디는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의 장난감’이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살아왔다. 그 삶은 헌신과 사랑으로 가득했지만, 이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린다. 이 선택은 단순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것은 어떤 규범이나 시스템, 소속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일이다. 이별은 슬프지만, 동시에 해방감을 준다. 우디는 더 이상 자신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역할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은 성인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공동체, 가족, 직장, 혹은 관계 속에서 특정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때로는 그 틀에서 벗어나야만 진짜 자아를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이 성장의 진정한 시작임을 이 영화는 말해준다. 픽사는 ‘토이 스토리 4’를 통해 ‘장난감’이라는 상징을 빌려 인간의 삶과 관계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모든 관계는 언젠가 이별을 맞이하고, 그 이별은 성장의 고통스러운 통과의례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문이 될 수 있다. 우디는 보니의 곁을 떠남으로써, 진짜 자신의 삶을 살게 되었고, 그것은 장난감으로서가 아닌 하나의 ‘존재’로서의 선택이었다. 결론적으로 ‘토이 스토리 4’는 단지 장난감의 모험이 아닌, ‘정체성과 자유’라는 깊이 있는 주제를 담은 이야기다. 그것은 어릴 적 우리를 위로해 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어른이 된 지금 다시 돌아봐야 할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결국 누구로 살아갈지를 되묻게 하는 이 영화는, 시리즈의 마침표이자 삶의 쉼표가 되어준다. 우디의 마지막 선택은 바로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너도 네 삶을 살아도 돼. 네가 되고 싶은 대로.” 그리고 그 말은 생각보다 더 큰 위로와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