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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리뷰 – 역병과 권력, 조선의 밤을 뒤흔든 진실

by overinfo 2025. 6. 22.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역병과 정치권력을 교묘하게 결합한 장르물로, 좀비라는 서구적 소재를 동양적 미장센에 정교하게 녹여낸 수작이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탐욕과 생존, 진실과 왜곡의 테마를 다루며, 권력의 이면과 인간의 민낯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킹덤 리뷰

 

조선에 나타난 역병, 권력을 먹어치운 좀비

‘킹덤’은 김은희 작가의 웹툰 『신의 나라』를 원작으로, 2019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며 큰 반향을 일으킨 한국형 좀비 사극이다. 드라마는 전통적인 좀비의 속성에 조선 시대의 역사적 배경을 결합시켜, 단순히 무서운 괴물들의 출현이 아닌 당시 사회 구조와 권력의 부패, 그리고 백성의 고통이라는 다층적인 주제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시즌 1은 세자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이창(주지훈)은 병든 아버지, 즉 왕을 둘러싼 수상한 소문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궁 안에서 벌어진 끔찍한 실험과 정치적 음모에 점차 휘말려 들어간다. 역병은 처음에는 궁중 내부의 문제처럼 보였지만, 곧 전국으로 퍼지며 조선을 위협하는 거대한 재앙으로 확산된다. ‘킹덤’이 다른 좀비물과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정치적 상징성"이다. 역병은 단순한 바이러스가 아니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좀비를 통제하고 백성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기득권을 지키려는 조정과 중전 측 인물들의 행위는 현실의 정치와 권력 구조를 풍자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누가 더 무서운가, 좀비인가 인간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청자에게 윤리적 딜레마를 안긴다. 서론에서는 ‘킹덤’이 좀비라는 익숙한 장르 코드를 어떻게 한국의 역사적 맥락에 맞춰 재해석했는지, 그리고 이 재해석이 단순한 스릴을 넘어 사회 비판의 무기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살펴보았다. 특히 드라마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고증된 배경, 그리고 장르적 실험은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역병이 드러낸 조선의 민낯과 생존의 윤리

‘킹덤’의 핵심은 단순한 생존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역병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체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등장인물들은 생존을 위해, 혹은 권력을 위해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고, 그 선택은 수많은 이들의 생사를 가른다. 대표적인 인물은 영신(배두나)과 서비(류승룡)다. 이들은 각기 다른 출신 배경과 가치관을 지녔지만, 공통적으로 ‘진실’을 알고자 하며, 이를 통해 조선을 구하려 한다. 반면 중전과 조정의 일부 세력은 이 역병의 존재 자체를 은폐하거나, 백성의 생명을 대가로 권력을 연장하는 데 집중한다. 이 대립 구도는 단순히 극의 갈등 구조가 아니라, 역병을 통해 권력의 작동 방식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 속 역병은 밤이 되면 활동하는 ‘좀비’로 표현된다. 이 독특한 설정은 공포감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태양이 지면 그 무엇도 제어할 수 없게 되는 무정부 상태를 상징한다. 이것은 민중의 생명과 안전이 완전히 방기된 조선을 보여주는 설정이기도 하다. 밤이 되면 백성은 스스로를 지킬 수밖에 없고, 누구도 보호해 줄 수 없다. 이는 극 중 세자가 책임의식을 갖고 직접 나서게 되는 중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또한 ‘킹덤’은 백성의 고통을 통해 체제의 폭력을 조명한다. 굶주린 백성들이 시체를 먹는 장면, 병자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장면은 극단적이지만 현실에서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시스템이 붕괴된 사회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가장 약한 이들이며, 권력은 종종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이용하는 쪽으로 작동한다. 본론에서는 ‘킹덤’이 장르적 재미를 넘어서, 역사적 상상력과 정치적 메시지를 결합시킨 사회비판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역병이라는 상징은 단지 병리적 재난이 아니라, 부패한 권력과 무기력한 체제의 결과물이라는 설정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좀비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이다

‘킹덤’의 가장 큰 울림은 그 어떤 공포보다, 인간의 탐욕과 무지가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는 데 있다. 이창 세자는 처음에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권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고뇌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히어로의 여정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가 가져야 할 책임과 도덕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드라마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왕좌’라는 상징을 끊임없이 해체한다. 왕은 더 이상 신이 아니라,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는 존재로, 그리고 역병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괴물로 묘사된다. 이 설정은 ‘권력의 허상’과 ‘책임 없는 통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또한 ‘킹덤’은 전통적인 좀비물과 달리, 백신이나 치료제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들이 어떻게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고, 그 대가로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팬데믹 상황에서의 정부의 대응, 정보 은폐, 그리고 희생의 불균형은 ‘킹덤’ 속 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킹덤’은 좀비라는 장르적 요소를 도구로 삼아,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극 안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 각자에게 던지는 묵직한 화두다. 당신이 역병 앞에 섰을 때, 백성을 살릴 것인가, 권력을 지킬 것인가? 이창 세자의 선택은 이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론적으로 ‘킹덤’은 단순한 공포물, 사극, 혹은 정치 드라마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기술적, 서사적, 그리고 철학적으로도 수준 높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은 인간이 얼마나 취약하고 또 얼마나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비춘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