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페이즈 1~3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2019년 전 세계 개봉과 동시에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타노스와의 최후의 대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단순한 히어로 영화가 아닌, 10년 이상 이어진 이야기의 결실이자, 팬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 집단 서사의 완성판입니다. 이 리뷰에서는 ‘엔드게임’의 서사, 인물, 상징 그리고 문화적 의미를 중심으로 풀어봅니다.
11년의 여정, 그리고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이후 10년 넘게 20편 이상의 영화로 전개되며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현상’이 되었습니다. 그 여정의 정점에 선 작품이 바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타노스와의 전투를 마무리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간 쌓아온 모든 서사를 정리하고, 인물들의 감정선과 운명을 결론지으며, 관객들에게 ‘마침표이자 쉼표’를 제공한 작품입니다. 전작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의 핑거스냅으로 우주의 절반이 사라진 뒤, 살아남은 어벤져스 멤버들은 죄책감과 상실, 허무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갑니다. 호크아이는 가족을 잃고 로닌으로 변해 암살자로 살아가고, 토르는 실패에 대한 무력감에 빠져 자신을 잃습니다. 블랙 위도우는 팀을 유지하려 하고, 아이언맨은 조용한 삶 속에서 아버지가 됩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여전히 사람들을 위로하려 애쓰지만, 속은 텅 빈 상태입니다. 이러한 정서적 기반 위에서 ‘시간 여행’이라는 서사가 도입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다시 출발합니다. 이 설정은 단지 플롯 전개의 수단이 아닌, 각 인물들이 과거와 현재를 마주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특히 각 인물의 성장이 도드라지며, 영웅이란 단지 힘센 존재가 아니라 ‘선택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임을 강조합니다. ‘엔드게임’의 가장 큰 미덕은 ‘정리’와 ‘환기’입니다. 기존 팬들에게는 감정적으로 완성된 한 챕터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위한 바탕을 조용히 마련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억지스럽지 않고, 정제되고 세밀하게 짜여 있어 ‘마블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듭니다.
희생, 책임, 그리고 집단 기억의 감정적 결산
‘엔드게임’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기억의 정리’이자 ‘영웅의 퇴장’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감정의 서사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감정선은 단연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여정입니다. 그는 시리즈 초반 단순한 자만심 많은 억만장자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누구보다 깊은 책임감과 사랑을 가진 인물로 성장합니다. 최종 전투에서 인피니티 건틀릿을 착용해 타노스를 물리치고 자신을 희생하는 장면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아이콘으로 남습니다. 그 마지막 대사 “I am Iron Man”은 단지 멋진 대사가 아니라, 정체성과 책임, 그리고 고결한 자기 희생을 압축한 선언입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결말도 인상적입니다. 스티브 로저스는 시간 여행을 마친 후, 젊은 시절로 돌아가 오랜 연인이었던 페기 카터와 함께 평범한 삶을 선택합니다. 이는 ‘영웅의 삶’이라는 거대한 사명을 내려놓고 ‘사람’으로서 행복을 택한 결말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는 방패를 샘 윌슨에게 넘기며 ‘다음 세대’로의 전환을 암시합니다. 블랙 위도우의 희생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며, 그간 누구보다 팀을 지켜온 인물로서의 면모를 강렬하게 각인시킵니다. 그녀의 죽음은 조용하지만 가장 뼈아픈 이별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죽음들은 모두 값싼 감정 소비가 아닌, 긴 시간 동안 쌓아온 감정과 내러티브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가집니다. 영화 후반부, 모든 영웅들이 다시 모여 타노스 군단과 싸우는 장면은 시리즈 전체의 클라이맥스입니다. ‘포털’이 열리며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 등이 하나둘 등장하는 장면은 단순히 팬서비스 이상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장면은 단지 전투가 아닌, ‘우리가 함께 해냈다’는 감정의 폭발이자, 그동안의 서사를 응축한 하나의 의식으로 기능합니다. 이처럼 ‘엔드게임’은 액션과 감정을 결합시킨 보기 드문 블록버스터이며, 대중 영화로서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정교하게 담아낸 걸작입니다.
종결 이후에도 살아있는 이야기
‘엔드게임’은 제목 그대로 하나의 ‘게임’을 마무리짓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게임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우리가 10년간 지켜본 인물들의 삶과 감정을 응축한 이야기였으며, 그 완결은 모든 관객에게 각자의 ‘마블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처음 극장에 앉아 <아이언맨>을 봤던 그날, 친구들과 함께 ‘히어로는 현실에도 존재할까’라고 속삭였던 그 순간들이 이 영화의 마지막과 함께 하나의 기억으로 정리됩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힘은 ‘끝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계속된다는 확신’을 심어준 데 있습니다. 마블은 ‘엔드게임’ 이후에도 다양한 시리즈와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확장하고 있지만, 이 작품이 남긴 감정의 결은 여전히 다음 시리즈의 정서적 뿌리가 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대중의 문화 속에 뿌리내린 이유는, 슈퍼히어로라는 비현실적인 존재가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감정, 즉 두려움, 상실, 책임, 희망을 고스란히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히어로물’의 장르적 틀을 넘어서, 공동체의 의미와 기억의 공유를 이야기합니다. 어벤져스는 한 명의 영웅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집단입니다. 이 집단의 힘은 각자의 상처를 끌어안고,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며, 결국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이는 모습에서 드러납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조와도 맞닿아 있으며, ‘엔드게임’은 이를 가장 아름답게 형상화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팬들에게 인사합니다. “지금까지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쿠키 영상 없이 끝나는 엔딩 크레딧은 이 시리즈의 장대한 여정이 끝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향한 여백으로 작용합니다. 그 침묵은 어떤 장면보다도 큰 여운을 남깁니다. ‘엔드게임’은 단지 하나의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수많은 팬들의 시간, 감정, 기대, 성장, 그리고 세대를 관통한 감동의 집합체였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영웅 서사시’의 중심에 서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