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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 리뷰 – 11년 마블 서사의 집대성과 영웅의 마지막 인사

by overinfo 2025. 5. 17.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인피니티 사가를 마무리하는 영화로, 11년에 걸친 22편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수렴되는 감정적이고도 장대한 결말이다. 희생과 헌신, 회복과 선택이라는 테마가 각 캐릭터의 여정을 종합적으로 조명하며, 단순한 히어로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집단적 신화로 기능한다. 이 영화는 대중문화의 한 시대를 상징하며, 팬들에게는 하나의 세대적 기억이자 작별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리뷰

 

반을 잃은 세계, 그리고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

2018년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된 이후, ‘엔드게임’은 단순한 후속작 그 이상을 요구받았다. 타노스에 의해 우주의 절반이 사라지고, 살아남은 히어로들은 패배자의 고통과 죄책감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간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호크아이가 가족을 잃는 순간은, 초능력도 전투도 사라진 ‘정적의 공포’를 깊게 새긴다.

 

‘엔드게임’은 처음부터 ‘히어로의 무력함’을 정면으로 보여주며 시작한다. 아이언맨은 우주에서 생명을 잃기 직전의 상태로 발견되고, 캡틴 아메리카는 상담 모임에서 희망 없는 조언을 건네고, 블랙 위도우는 리더로서 무너져가는 조직을 애써 유지하려 애쓴다. 마블은 이 시점에서 ‘슈퍼히어로’라는 개념을 잠시 내려놓고,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다룬다.

 

서사는 액션보다 감정에 집중하며, 관객은 캐릭터 하나하나의 고통과 선택을 지켜보게 된다.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서사 도구를 넘어, 히어로 각자가 자신의 과거를 대면하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서정적 장치로 기능한다.

 

서론에서 ‘엔드게임’은 거대한 전투의 전조가 아니라, 깊은 슬픔과 조용한 결심으로 가득 찬 이야기로 시작되며, 그것이 이 영화의 깊이를 결정짓는다.

 

시간, 선택, 희생: 히어로의 진짜 얼굴을 보다

‘엔드게임’의 중반은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 MCU의 주요 순간들을 재방문하는 구조로 전개된다. 이는 단지 팬서비스의 차원을 넘어, 각 히어로가 자신과 마주하는 방식이다. 토니 스타크는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를 만남으로써 자신이 그토록 회피해 온 유산과 화해한다.

 

캡틴 아메리카는 과거의 페기 카터를 목격하며, 오랜 시간 미뤄둔 사적인 삶의 의미를 다시 인식한다.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는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서로 희생하려다 결국 나타샤가 목숨을 바치는 장면은, 액션의 연출 없이도 가장 큰 감정적 파열음을 만들어낸다.

 

마블은 이처럼 각 인물의 성장과 완결을 섬세하게 구축하며, ‘영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묻는다. 특히 아이언맨의 마지막 선택은 영화 전체의 정점을 이룬다. “나는 아이언맨이다.”라는 마지막 대사는, 11년 전 시작된 이야기를 원점으로 되돌리면서도, 그간의 모든 선택과 변화, 성장을 응축한 선언이다.

 

그는 더 이상 이기적 억만장자가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영웅이 되었다. 타노스와의 최종 대결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 아닌 상징의 연속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손짓, ‘포털’로 돌아오는 히어로들, 캡틴 아메리카가 묠니르를 드는 장면은 모두 MCU의 서사를 정서적으로 폭발시키는 기념비적 장면들이다.

 

본론에서 ‘엔드게임’은 히어로의 외형보다, 그 내면—두려움, 책임감, 사랑, 그리고 희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이 장대한 이야기의 진정한 주제를 정립한다.

 

엔드게임 이후, 우리는 어떤 세계를 기억할 것인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단지 하나의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문화 현상이며, 팬들과 세대를 연결하는 하나의 집합적 기억이다. 아이언맨의 죽음, 캡틴 아메리카의 은퇴, 블랙 위도우의 희생은 단지 캐릭터의 이탈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마블은 이 영화를 통해 화려한 액션이 아닌 감정과 의미로 마침표를 찍었다.

 

“사랑해요, 3000”이라는 대사는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관객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응축하는 마법 같은 문장이다. 또한 영화는 다음 세대의 가능성도 함께 제시한다. 호크아이의 딸, 샘에게 방패를 넘긴 캡틴, 새로운 가디언즈와 박사 스트레인지, 앤트맨 등은 앞으로의 세계가 단절이 아닌 연속 위에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MCU가 단순히 프랜차이즈 영화의 성공 모델을 넘어서, 현대 신화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엔드게임’은 수많은 팬들에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누군가에겐 히어로의 끝이, 누군가에겐 세대의 전환이, 또 누군가에겐 처음 본 영화관의 기억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이 영화는 관객 개인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진짜 히어로는 세상을 구한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을 지고 남을 위한 선택을 한 사람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 진리를 웅장하고도 조용하게 전하며,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믿고 살아갈지를 되묻게 만든다. 마침내, 이야기는 끝났고, 그것은 가장 완벽한 엔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