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시그널’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무전기를 통해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형사들의 이야기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수사극이라는 독창적인 설정과 함께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집요함과 정의를 향한 믿음을 강하게 조명한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진실은 멈추지 않는다
‘시그널’은 단순한 수사극을 넘어서 인간의 정의, 고통, 그리고 책임의 무게를 다룬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들—화성 연쇄 살인 사건, 이춘재 사건, 승무원 유괴 사건 등—을 기반으로 하여 시청자에게 더 큰 몰입과 현실감을 안겨주었다. 주인공 박해영(이제훈 분)은 과거의 기억 속 억울한 사건을 계기로 형사가 된 프로파일러이며, 그가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1989년의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과 연락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전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두 시점의 교신은 과거의 사건을 다시 파헤치게 만들고, 그로 인해 현재가 바뀌는 ‘버터플라이 이펙트’가 발생한다. 이 독특한 구조는 단순히 미스터리를 넘어, 진실과 정의가 시간의 장벽을 넘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탐색하게 만든다. 이 드라마는 또한 정의가 왜곡되거나 은폐되는 현실을 고발하며, 경찰 내 부패, 권력의 억압, 언론의 침묵 등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박해영과 이재한, 그리고 현재의 형사 차수현(김혜수 분)은 각각의 시대 속에서 서로 다른 진실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도 정의를 위한 연대를 만들어낸다. 그 연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시청자에게 큰 울림을 전한다. 서론에서는 ‘시그널’의 독창적인 설정과 주제의식, 그리고 왜 이 드라마가 단순한 범죄물이 아닌 ‘시간을 넘는 정의의 여정’으로 평가받는지를 조망하였다.
잊히지 말아야 할 사람들, 해결되지 않은 진실
‘시그널’은 과거의 미제 사건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그 핵심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피해자와 유족의 상처에 더 주목한다. 오랜 시간 잊혀졌던 사건 속에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청자에게 정의란 단순한 해결이나 처벌이 아닌, ‘기억하고 책임지는 것’임을 일깨운다. 특히 이재한 형사의 서사는 극의 중심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다. 그는 권력과 맞서며 정의를 지키려는 이상적인 경찰이지만, 시스템 안에서는 너무나 쉽게 고립되고 희생된다. 그의 이야기는 ‘정의로운 사람이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냉혹한 구조적 문제를 고발하며, 동시에 이상을 버리지 않는 인물의 신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준다. 박해영과 차수현은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따라가며 진실을 좇는다. 특히 차수현은 과거 이재한과의 인연을 통해 형사로서의 정체성과 사명을 다지고, 여성 형사로서 겪는 차별과 위협 속에서도 굳건히 자신의 길을 지킨다. 이들의 수사는 단지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권력형 범죄와 억압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한다. ‘시그널’은 뛰어난 플롯 구성과 서스펜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진정한 힘은 인물 간의 감정선과 그들이 짊어진 책임에서 비롯된다. 각 사건의 전개는 빠르면서도 섬세하게 이루어지며, 사건과 사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체 이야기의 개연성과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발생하는 타임라인 변화는 드라마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선택’과 ‘책임’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본론에서는 ‘시그널’이 단지 사건 해결이 아닌, 사회 구조의 병폐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진중하게 다루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였다. 이 드라마는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의 치열함과 그들이 직면한 현실을 냉정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다.
시간은 흘러도, 정의는 끝나지 않는다
‘시그널’의 결말은 전통적인 해피엔딩도, 완전한 비극도 아니다. 오히려 ‘현재’에서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해 지금도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남겨둔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단순한 해소나 위로가 아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가?”, “정의는 어느 시간에 머물러 있는가?” 이 질문은 현실과 깊게 맞닿아 있다. 수많은 미제 사건과 해결되지 못한 억울한 죽음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시그널’은 그들을 단지 이야기의 소재로 삼지 않고, 진심 어린 시선으로 조명하며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킨다. 드라마 속 무전기는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과거의 목소리를 현재로 이끄는 ‘기억의 통로’이다. 또한, 이 작품은 장르적 특성을 뛰어넘어 감정의 깊이를 확보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빠른 전개와 복잡한 타임라인 속에서도 감정선은 단단하게 유지되며, 캐릭터들의 선택과 희생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재한이라는 인물의 생애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축이자, ‘정의’라는 단어의 무게를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시그널’은 시청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의는 멈추지 않는다고. 시간이 흘러도, 누군가 기억하고 말하며 추적한다면,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고. 이 드라마는 단순한 시청 경험이 아닌, 하나의 사회적 메시지이자 기록으로 남는다. 결론적으로 ‘시그널’은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가장 깊이 있는 수사극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것은 단순히 스토리의 반전이나 연출의 탁월함 때문이 아니라, ‘정의란 무엇인가’,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잊힌 이름들을 떠올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시그널’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