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은 소년범죄를 둘러싼 법과 감정, 그리고 사회적 시선의 충돌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소년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죗값을 치러야 하는가? 이 드라마는 선입견 없는 성찰을 통해 법의 존재 이유와 한계를 진지하게 탐구한다.
소년법, 그 경계에 선 질문
‘소년심판’은 2022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법정 드라마로, 소년범죄를 다루는 법관들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작품의 주인공 심은석 판사(김혜수)는 “소년범을 혐오한다”는 강한 선언과 함께 등장하며, 기존 법정물에서 보기 어려운 날카로운 시선을 드러낸다. 그녀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 안에 숨겨진 분노와 연민이 교차함을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복잡한 감정을 안긴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범죄 처벌의 과정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소년범죄라는 민감한 주제를 두고 “소년은 어른과 같은 죄를 지었을 때도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처벌보다 회복과 교화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그리고 사회는 과연 소년범죄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작품의 전개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듯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되며, 사건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의 병폐를 반영한다.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청소년 성범죄, 아동학대와 방임 등 사회 전반의 문제들이 소년범죄라는 이름으로 응축되어 드러난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단순히 가해와 피해의 구도로 흘러가지 않고, 법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그 법을 적용하는 인간의 딜레마를 진중하게 다룬다. ‘소년심판’은 특히 청소년이라는 존재가 어떤 환경에서 범죄자가 되는지를 묻는다. 가정환경, 교육, 사회안전망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개인의 일탈로 귀결되는 과정 속에서, 과연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를 고찰하게 만든다. 이 드라마는 법적 잣대뿐만 아니라 인간적 통찰을 통해, 우리가 너무 쉽게 재단해온 ‘소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처벌인가 회복인가 – 소년법의 딜레마
‘소년심판’에서 핵심적으로 그려지는 갈등은 ‘소년범은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보호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법리적 충돌이다. 이 물음은 곧 대한민국 소년법의 핵심 쟁점을 대변한다. 심은석 판사는 반복되는 소년범죄에 분노하며 강경한 처벌을 주장하지만, 다른 판사들은 소년의 교화 가능성과 사회적 보호를 더 중시한다. 이 대립 구도는 극 전반의 흐름을 긴장감 있게 끌고 간다. 한 에피소드에서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중학생이 심문을 받는다. 그는 피해자를 아무 죄책감 없이 괴롭혔고, 법정에서는 “내가 미성년자라 감옥 안 간다”며 비웃는다. 이러한 장면은 많은 시청자에게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드라마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 소년의 가정은 폭력과 방임의 연속이었고, 그는 보호받지 못한 아이였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이 아이에게 단순히 벌을 줄 수 있는가?” 이처럼 ‘소년심판’은 소년법의 현실을 두 가지 시선에서 그린다. 첫째는 ‘처벌 중심적 시각’이다. 이는 청소년도 스스로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며, 피해자 중심의 정의 구현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째는 ‘회복 중심적 시각’이다. 소년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존재로, 그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두 입장은 모두 일리가 있으며, 드라마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며 질문을 던진다. 또한 심은석 판사는 시청자와 같은 시선을 대변한다. 그녀는 소년범에게 쉽게 연민하지 않고, 그들의 행위에 분노한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며 그녀의 과거와 개인적인 상처가 드러나고, 그녀 역시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흔들린다. 이 과정은 법의 객관성과 인간의 감정 사이에서 고뇌하는 판사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소년심판’은 단순한 제도적 개선의 이야기를 넘어, 사회가 소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본론에서는 이러한 갈등과 인물들의 변화, 그리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법과 정의의 다층적 면모를 조명했다.
우리의 시선이 법보다 먼저 바뀌어야 한다
‘소년심판’은 법정 드라마이지만, 단지 법의 판결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판결 이전의 고민과 인간의 내면, 그리고 사회 구조의 한계를 함께 담아낸다. 이 작품은 소년범죄의 원인을 개인의 일탈로 단순화하지 않고, 그 배경과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추적한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소년은 죄가 없다”는 말이 진실인가? 혹은 우리는 “소년은 죄를 지어도 된다”는 방관 속에 살아온 것은 아닌가? 이 질문은 결국 시청자 스스로의 윤리적 기준과 법 감정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가장 큰 울림은, 심은석 판사가 점차 바뀌는 지점에 있다. 그녀는 “소년을 혐오한다”고 선언했지만, 여러 사건을 경험하며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소년들에게 처음으로 ‘듣는 판사’가 된다. 이것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법은 단지 판결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결국 ‘소년심판’은 정의란 무엇인가,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물음은 단지 판사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소년을 범죄자로 만들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 전체가 그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소년은 죄를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소년이 죄인이 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