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은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권력 구조와 그에 맞서는 정의의 힘을 통쾌하게 그려낸 범죄 액션 영화다.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들과 속도감 있는 연출, 무엇보다도 억울한 피해자 대신 한 방을 날려주는 베테랑 형사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정의가 승리하는 쾌감, 그리고 이를 향한 외침이 유쾌하게 터지는 작품이다.
사회 부조리 타파, 대중이 바랐던 통쾌함
2015년 류승완 감독의 작품 ‘베테랑’은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불합리한 권력 구조를 비틀며 통쾌함을 선사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특히나 자본의 힘을 앞세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와 정의감 넘치는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대결 구도는 관객의 감정선을 강하게 자극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영화는 1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그 인기는 단지 액션이나 유머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도철은 정의와 인간미를 동시에 지닌 인물로, 시스템 밖에서라도 피해자를 돕고자 행동에 나선다. 반면 조태오는 권력과 자본의 보호막 안에서 타인을 짓밟으며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 극단적인 대비는 관객에게 명확한 감정적 진입로를 제공하며, 현실의 불공정을 대리 체험하게 만든다. ‘베테랑’은 이러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무겁거나 교훈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위트 있는 대사, 캐릭터 간의 긴장감 넘치는 케미스트리로 관객을 끝까지 몰입하게 한다. 특히 황정민의 유쾌한 열연은 단순한 정의의 사도라기보다는 인간적인,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영웅’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서론에서는 ‘베테랑’이 사회 비판과 오락성이라는 두 요소를 절묘하게 조화시켰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영화는 단지 나쁜 놈을 때려잡는 영화가 아니라, 그 안에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의 민낯을 담아냈다. 관객은 웃고, 분노하고, 결국에는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현실감 있는 캐릭터와 유쾌한 연출의 만남
‘베테랑’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유는 무엇보다도 캐릭터들의 현실감에 있다. 주인공 서도철은 이상적인 영웅상이 아니다. 그는 규율을 무시하기도 하고, 다소 무모한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뚝심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면모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를 더 인간적으로 느끼게 만들고, 그의 행동에 쉽게 감정이입을 하게 한다. 조태오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 가장 강렬한 안티히어로다. 유아인은 이 인물을 단순히 악역으로 그리지 않고, 오히려 매혹적이고 불쾌한 이중성을 가진 인물로 완성해 냈다. 그는 유머를 던지면서도 동시에 잔혹함을 드러내고, 무책임한 행동 속에서도 무언가를 통제하려 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캐릭터 설정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현실 속 권력자들을 연상시키는 설득력을 갖게 한다. 이 영화의 연출 또한 탁월하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역동적인 카메라워크와 편집은 관객이 액션 장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감정의 흐름 또한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특히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창고 안에서의 집단 싸움 장면 등은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하이라이트다. 이런 장면들은 단순히 시각적 자극을 넘어서, 캐릭터들의 감정과 갈등을 시각화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또한 영화 속 유머는 단지 분위기를 환기하는 도구가 아니다. 대사의 타이밍과 등장인물 간의 케미스트리는 진지한 서사를 경쾌하게 풀어내며, 오히려 메시지를 더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기여한다. ‘너 자신이 얼마나 웃긴 사람인지 아냐?’라는 식의 대사는 조롱처럼 들리지만, 관객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본론에서는 ‘베테랑’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단순히 ‘정의는 이긴다’는 식의 낙관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을 위한 싸움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그것은 종종 유쾌함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이 영화는 ‘현실의 무게’를 가볍게 던지되, 결코 그 의미를 희석시키지 않는다.
정의는 아직 살아 있다, 믿고 싶게 만든 한 방
‘베테랑’의 결말은 마치 오래 기다려온 정의의 심판이 실현되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서도철이 조태오를 제압하며, 그가 저질러온 모든 악행에 단죄를 내리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관객은 이 장면에서 단순한 쾌감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얼마나 정의를 갈망하고 있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이 승리를 ‘완전한 해피엔딩’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들이 맞서 싸운 시스템은 여전히 견고하고, 또 다른 조태오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는 구조는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은 말한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싸운다면, 그 한 방은 반드시 통할 수 있다고. 이 작품은 단지 영화관에서의 2시간짜리 대리만족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머릿속에는 ‘정의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남는다. 현실이 영화만큼 통쾌하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강력하게 전달된다. 결국 ‘베테랑’은 유쾌하고 속 시원한 액션을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는 묵직한 사회적 통찰이 자리하고 있다. 정의란, 누군가의 용기 있는 결단에 의해 실현될 수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힘든 싸움이든, 한 번쯤은 통쾌하게 날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한 방이, 지금 이 시대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