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4’는 마동석이라는 캐릭터 브랜드가 구축한 한국 액션 영화의 흥행 공식이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한 작품이다. 묵직한 주먹, 빠른 전개, 확실한 악역이라는 삼박자를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전작과의 차별화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통쾌한 액션과 시원한 정의 구현이라는 장르적 쾌감은 여전하지만, 이야기는 점점 반복적이고 익숙한 전개로 흘러간다. 이 리뷰에서는 ‘범죄도시4’의 장점과 한계, 시리즈물로서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마동석 액션 유니버스의 현재를 분석해 본다.

마석도의 주먹은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더 새로워야 한다
‘범죄도시4’는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성공적인 시리즈물의 4번째 작품으로, 여전히 마동석이 주연을 맡아 ‘마석도’ 형사의 거침없는 활약을 그린다. 1편에서 베트남으로, 2편과 3편에서 서울과 인천을 무대로 삼았다면, 4편은 가상도시인 '금천서'를 중심으로 디지털 범죄와 더 넓은 범죄조직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석도의 존재감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는 정의감 넘치고, 약자를 보호하며, 악을 무자비하게 응징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아왔다. 관객은 그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안심하고 영화를 볼 수 있으며, 이 안정감은 시리즈 전체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이 4편의 문제이기도 하다.
마석도의 승리는 이미 예측 가능하며, 악당은 매번 새롭지만 결국 똑같이 패배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빠른 리듬으로 전개되며, 첫 액션 장면에서부터 강력한 타격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반 이후 전개되는 수사와 대결 구도는 전작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범죄도시’ 시리즈는 복잡한 서사보다는 직선적인 구조와 물리적 액션에 강점을 두고 있으므로, 이러한 단순함은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4편에 이르러서는 이 공식이 과연 계속해서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마석도라는 캐릭터는 더욱 선명해졌지만, 그 외의 인물들이 다소 도식적이고 기능적으로만 존재한다는 점도 서사의 몰입을 방해한다.
악역의 힘과 액션의 진화, 그리고 시리즈의 한계
‘범죄도시4’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여전히 ‘악역’이다. 이번 편의 빌런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등장과 동시에 관객에게 위협감을 선사한다. 특히 강해진 무기 사용, 디지털 기술을 동반한 범죄 수법은 전통적인 주먹싸움에 익숙했던 시리즈에 색다른 긴장감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소재도 결국 마지막에는 마석도의 주먹 앞에 무너진다는 전개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진부함도 함께 안겨준다. 이번 영화의 액션은 더 넓은 공간과 도심 배경을 활용하며 스케일 면에서 진화를 꾀했다. 총격과 격투의 조합, 추격전과 차량 액션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한 장면에서 펼쳐지는 ‘지하 주차장 격투’는 조명과 카메라 워크, 타격감이 조화를 이루며 명장면으로 손꼽을 만하다. 그러나 액션만으로 영화를 지탱하기에는 서사의 뼈대가 다소 느슨하다. 이야기 전개는 예측 가능하며, 감정의 깊이나 캐릭터 간의 긴장감은 이전보다 낮아졌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지닌 특유의 유머 감각은 여전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인물이나 시각을 통해 진화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형사팀 내의 조연 캐릭터들은 여전히 기능적이고, 악역 이외의 인물들은 갈등이나 드라마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는 시리즈물이 가지는 일반적인 한계이기도 하지만, 4편에서야말로 새로운 패턴의 시도나 인물 관계의 복합성이 필요했던 지점이다. 마석도의 절대적 정의감이 언제까지나 유효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시리즈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
범죄도시4, 시원한 액션 그 이상을 기대하게 된 시점
‘범죄도시4’는 분명히 재미있다. 마석도의 존재감, 통쾌한 액션, 선악 구도의 명확함은 관객에게 즉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한다. 이는 한국형 액션 영화가 구축해 온 장르적 쾌감을 잘 계승하고 있는 지점이며,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브랜드 파워의 정점이다.
그러나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관객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단지 ‘시원한 주먹’만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 더 입체적인 캐릭터, 그리고 진짜 긴장감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4편은 그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흥행에는 성공하며 이 시리즈의 생명력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한 강한 빌런을 내세우는 공식을 반복하기보다는, 마석도라는 인물의 내면, 혹은 새로운 파트너십, 조직 내부의 갈등 등 보다 다양한 이야기적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또한 ‘범죄도시’라는 이름이 이제는 단지 액션 영화 시리즈가 아닌, 한국 대중영화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만큼, 그 상징성과 책임감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의 ‘범죄도시5’ 혹은 스핀오프 작품들이 더 깊이 있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리즈의 생명력을 지속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범죄도시4’는 시리즈의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이제는 다음 단계를 요구받고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