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La La Land)’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연출하고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한 뮤지컬 영화로, 꿈을 좇는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재즈와 함께 그려낸 감성적인 작품이다. 클래식 헐리우드 뮤지컬에 대한 오마주이자 현대인의 사랑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섬세하게 포착한 이 영화는, 시각적 아름다움과 음악, 상실의 낭만을 탁월하게 결합한 현대 영화의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햇살 아래 춤추던 꿈, 그 시작은 찬란했다
‘라라랜드’는 첫 장면부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LA 고속도로 위, 교통 체증 속에서 펼쳐지는 컬러풀한 오프닝 댄스 시퀀스는 영화의 톤과 정서를 한눈에 보여주는 선언문과도 같다.
‘꿈을 꾸는 도시’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배우를 꿈꾸는 미아(엠마 스톤)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라라랜드’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는 ‘꿈’이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붙잡고,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과 이별을 감정의 중심축으로 삼는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1950~60년대 뮤지컬 영화의 형식을 빌리되,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환상적인 장면들—그리피스 천문대에서의 무중력 댄스, 파란 하늘 아래의 재즈 클럽, 별빛 속 피아노 선율—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관객을 감성의 중심으로 이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 화려한 이미지 뒤에 감정의 진실을 감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라라랜드’는 꿈을 향한 열정이 반드시 사랑과 함께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노래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춘들의 보편적인 고뇌를 그린다. 서론에서 이 작품은 단지 뮤지컬이 아니라, 현대인의 내면 풍경을 그린 정교한 감정의 캔버스임을 보여준다.
사랑과 꿈, 선택의 순간마다 흔들리는 두 마음
‘라라랜드’의 중심은 미아와 세바스찬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동시에 서로를 떠나야 하는 과정에 있다. 미아는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디션을 계속 보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자존감과 방향을 잃는다. 세바스찬은 전통 재즈를 보존하고 싶은 열망이 있지만, 현실은 그에게妥협과 수익성을 요구한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에게 영감이 되는 존재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영감이 무게가 되어버린다. 사랑이 꿈을 방해하게 되고, 꿈이 사랑을 잊히게 만드는 이 역설적인 전개는 ‘라라랜드’의 가장 뭉클한 지점이다.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당신은 위대해질 사람”이라 말하고, 미아는 세바스찬에게 “당신 음악은 들어야 해”라고 말한다.
이들은 서로를 북돋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이별의 원인이 된다. 이 영화의 핵심은 이들이 잘못된 선택을 해서 헤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본론의 중심부에는 영화 속 재즈가 흐른다. 재즈는 즉흥성과 충돌, 불협 속의 조화를 상징하며, 이들의 관계 또한 재즈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특히 영화 후반, 세바스찬이 피아노로 들려주는 몽타주 장면은 관객에게 또 다른 현실, ‘만약 그때 함께였더라면’의 세계를 선사한다. 이 장면은 사랑과 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그 두 가지를 모두 품은 ‘가능성’의 세계를 펼쳐보이며, 관객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본론에서 ‘라라랜드’는 사랑과 꿈,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갈등과 선택을 현실적이면서도 시적으로 다루며, 단순한 낭만을 넘어선 깊이를 획득한다.
꿈은 이루어졌지만, 사랑은 남았다 – 찬란했던 라라랜드의 끝
‘라라랜드’는 단지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사랑했던 두 사람이 각자의 꿈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서로를 놓아주는 이야기이며, 동시에 그 사랑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미아는 성공한 배우가 되었고, 세바스찬은 자신의 재즈 클럽을 열었다. 겉으로 보기엔 둘 다 꿈을 이루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클럽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그 짧은 눈맞춤 속에는 수많은 감정이 오간다. 반가움, 아련함, 슬픔, 기쁨,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 어린 축복. 그 순간 관객은 깨닫는다. ‘라라랜드’는 실패한 사랑이 아니라, 시절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헌사라는 것을.
영화의 마지막 연주가 끝난 후, 미아가 돌아서기 직전의 표정은 모든 말을 대신한다. 그들은 이별했지만, 그 사랑은 변형된 채로 남아 있다. 데이미언 셔젤은 이 영화를 통해 ‘행복한 결말’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기존 정의를 흔든다.
‘함께 있는 것’만이 사랑의 완성은 아니며,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한 시절을 함께 빛냈던 기억이야말로 진짜 사랑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답고, 기억될 가치가 있다. ‘라라랜드’는 음악과 색채, 춤과 침묵을 통해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는 아주 특별한 방식의 시(詩)이며, 그 여운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이어진다.
꿈과 사랑, 그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단지 스크린 속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로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