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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리뷰 – 코트를 누빈 열정과 성장, 청춘의 진심을 던진 순간

by overinfo 2025. 6. 11.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설적인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의 정식 후속 애니메이션 영화로, 과거의 향수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시각과 서사 구조로 재탄생했다. 캐릭터들의 내면과 성장 서사를 중심에 두고, 격렬한 시합과 감정의 진폭을 세밀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어,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청춘 영화로 자리매김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리뷰

 

전설의 귀환 – 과거를 넘어선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

‘슬램덩크’는 단순한 스포츠 만화를 넘어, 19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서사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다.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송태섭, 정대만이라는 다섯 명의 고등학생이 소속된 북산고 농구부는, 전국대회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저마다의 상처와 꿈을 안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전 세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 ‘슬램덩크’가 약 30년의 시간을 넘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제목으로 애니메이션 영화로 재탄생했다. 많은 팬들이 이 작품에 기대했던 것은 과거의 향수였다. 그러나 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그 기대를 일부러 빗나간다. 영화는 단순한 과거 회상의 나열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와 시점, 그리고 감정의 결을 가지고 관객 앞에 선다. 특히 이번 영화의 중심에는 ‘송태섭’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간 주변 인물로 비쳤던 그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전통적 주인공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의 청춘극이 펼쳐진다. 서론에서는 송태섭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며, 그의 어린 시절, 가족사, 형의 부재 등이 그의 성격과 경기 스타일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세밀하게 풀어낸다. 형을 따라 농구를 시작했지만, 형을 잃은 후에도 끊임없이 코트를 뛰는 송태섭의 모습은 단순한 운동선수를 넘어, 삶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분투로 읽힌다. 그 분투는 관객에게 “당신은 왜 지금 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또한 영화는 기존의 스토리라인 중 가장 열렬한 팬덤을 형성했던 ‘북산 vs 산왕전’을 메인 서사로 삼는다. 하지만 이 유명한 경기를 그리는 방식이 흥미롭다. 영화는 단순한 경기 재현이 아니라, 경기 도중 삽입되는 회상 장면들과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통해, 캐릭터들이 농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어떤 감정과 기억, 고통을 마주하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서론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단순히 ‘슬램덩크’를 그리워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 시절을 살아낸 청춘들이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펼쳐나가는 장이라고 선언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더 이상 강백호가 아닌, 송태섭이라는 새로운 주인공이 우뚝 서 있다.

 

승리보다 뜨거운 것 – 성장과 상실이 교차하는 코트 위의 서사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본론은 코트 위에서 벌어지는 경기 장면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스포츠 액션에 그치지 않는 점에서 이 작품은 특별하다. 경기의 흐름과 함께 송태섭의 내면적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교차되며, 그의 모든 패스, 드리블, 슛에는 과거의 상실과 지금의 다짐이 겹쳐져 있다. 영화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스포츠 영화와 심리 드라마의 경계를 허문다. 송태섭의 형은 가족에게 큰 존재였고, 그의 죽음은 태섭에게 농구를 통한 소통과 의미 부여의 계기가 되었다. 경기를 치르며 그는 과거의 형과 자신, 그리고 여전히 농구라는 세계 안에서 길을 찾으려 애쓰는 현재의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화해해 간다. 이 과정은 경기의 승패를 넘어선, 정체성의 재구성과 감정의 회복이라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또한 영화는 북산의 다른 멤버들에게도 균형 있는 서사를 제공한다. 정대만은 부상과 과거의 오만함을 극복하며 진정한 팀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서태웅은 말없이 동료를 이끌며 진정한 리더로 성장해 간다. 강백호는 특유의 에너지와 집요함으로 팀을 끌어올리지만, 더 이상 자기 과시가 아닌 진짜 승리를 위해 플레이한다. 이처럼 각 인물은 자신만의 사연과 감정을 갖고 코트 위에서 충돌하며, 그들의 호흡은 단순한 경기의 승패보다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연출의 측면에서, 이번 영화는 3D와 2D 애니메이션을 혼합한 방식으로 전개되며, 경기 장면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카메라의 흔들림, 캐릭터의 숨소리, 심장 박동 같은 디테일한 연출은 관객을 경기장의 중심에 세워놓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이는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드문 시도이며, 스포츠를 그리는 방식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특히 산왕이라는 최강 팀을 상대하면서 북산 멤버들이 보여주는 집념과 협력, 그리고 인간적인 감정은 관객의 몰입을 끝까지 유지시킨다. 북산은 단순히 뛰어난 팀이 아니라,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감정을 나누며 성장하는 팀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열정은 농구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에게도 충분히 진심으로 다가가며, 그 순간의 치열함을 공감하게 만든다. 본론은 궁극적으로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반복해서 강조한다. 경기의 승패는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기 자체를 통해 자신을 넘어서는 경험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그저 고등학생 농구부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가는 과정과 닮아 있다.

 

마지막 패스의 의미 – 우리가 정말 응원하는 것

영화의 결말은 북산과 산왕의 경기 종료와 함께 송태섭의 감정 서사도 절정에 이른다.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장면,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하고, 몸을 던지며 코트를 지켜내는 모습은 단순한 플레이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행위다. 형을 잃고도 농구를 놓지 않았던 그, 무대 중심에 서지 못했던 그가, 마침내 진정한 주체로 성장하는 순간은 관객에게 뜨거운 울림을 전한다. 감독은 이 장면에서 단순히 “북산이 이겼다”는 결과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기 후의 고요한 정적, 선수들의 탈진한 표정, 그리고 송태섭이 느끼는 감정의 잔상에 집중한다. 이는 매우 영화적인 접근이며, 애니메이션을 넘어서 감정의 여운을 남기는 연출이다. 스포츠에서의 승패는 순간일 뿐,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속에서 느낀 감정과 깨달음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끝까지 고수한다. 결국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승리의 기쁨보다, 실패와 고통을 딛고 일어나는 인간의 이야기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관객이 실제로 경기를 보는 것처럼 손뼉 치게 만들고, 동시에 가슴 한구석이 시리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우리가 응원하는 것은 북산의 득점이 아니라, 그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며, 코트를 떠나지 않는 용기다. 또한 영화는 세대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지닌다. 원작의 팬에게는 아련한 회고와 성숙함을, 새로운 관객에게는 진심이 통하는 이야기를 전하며,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청춘’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다시 일깨운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송태섭처럼 무대의 중심이 아니라고 느끼지만, 결국엔 자기 삶의 주인공임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패스는 메시지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공을 넘긴다는 행위는 단지 전술이 아니라, 신뢰와 연결의 상징이 된다. 그렇게 북산의 마지막 패스는 승리를 위한 전략이자, 서로를 믿는 마음이자, 관객을 향한 감독의 메시지로 남는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그래서 단지 과거의 향수를 소비하지 않는다. 그것은 청춘의 현재진행형이며, 누군가의 성장 이야기이고,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