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더 킹 리뷰 – 왕이 된 남자, 그 허울 뒤의 진짜 권력

by overinfo 2025. 6. 20.

‘더 킹’은 법과 정의를 다루는 검사 세계를 배경으로, 권력의 실체와 그 이면의 추악함을 날카롭게 해부한 영화다. 흥미로운 내러티브와 인상적인 연출, 무엇보다 배우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가 어우러져 단순한 정치풍자극을 넘어서 우리 사회에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는 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며 타락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더 킹 리뷰

 

 

권력의 허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

2017년 한재림 감독의 영화 ‘더 킹’은 검찰 조직을 통해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를 조명한 작품이다. 단순한 정치 영화로 보기에는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하며, 풍자적이면서도 깊은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권력이 무엇이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주인공 박태수(조인성)는 평범한 흙수저 출신이지만, 검사라는 자리에 오르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현실은 법과 정의의 상징이 아니라, 권력자들끼리 얽히고설킨 이익의 유착 구조였다. 그 중심에는 ‘진짜 권력자’ 양동철(정우성)이 있었다. 그는 공직자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재계, 심지어 범죄 집단과도 손잡으며 법 위에 군림한다. 박태수는 양동철을 통해 권력의 달콤함과 잔인함을 동시에 체험한다. 영화는 그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결국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과정을 시종일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다. 마치 거대한 장기판에서 졸로 시작해 왕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결국 왕도 또 하나의 말일뿐이라는 현실을 체감하는 인물의 서사는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검사’라는 직업의 상징성, 즉 법과 정의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이 어떻게 시스템에 휘둘리고 타락할 수 있는지를 사실감 있게 그린다. 서론에서는 ‘더 킹’이 보여주는 권력의 껍데기와 실체,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인간의 고뇌를 조명하며, 이 영화가 단순히 정치적 풍자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삶 속에 내재된 구조적 모순을 어떻게 들여다보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누가 왕이 되는가, 아니 누가 왕을 조종하는가

‘더 킹’의 핵심 주제는 바로 "진짜 권력자는 누구인가"이다. 표면적으로는 법을 수호하는 검사들이 주인공이지만, 실질적인 힘은 그들 위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해 움직인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 시스템, 즉 명목상의 권한과 실제 권력 사이의 괴리를 극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에게 진실을 마주하도록 유도한다. 박태수는 출세욕에 불타 조직의 중심으로 들어가지만, 그는 끝내 양동철의 휘하에서 수단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양동철은 시스템을 설계하고, 법을 이용해 자신만의 판을 유지하며, 필요에 따라 인물을 쓰고 버린다. 그에게 있어 검사는 법의 집행자가 아니라, 권력을 위한 장기말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런 구조 속에서 박태수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왕’이 아니라, 여전히 누군가의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이러한 메시지를 무겁거나 교훈적으로만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빠른 전개와 세련된 영상, 유머를 가미한 내레이션을 통해 영화는 오락성과 사회적 통찰을 동시에 잡아낸다. 예를 들어, 박태수가 과거의 자신을 반추하는 장면들, 내레이션을 통해 삽입된 시대적 배경 등은 관객이 캐릭터의 내면에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만든다. 영화의 구성은 역사적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실제 한국 사회에서 벌어졌던 정치·검찰의 유착, 재벌과의 관계, 언론 플레이 등의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여 영화적 사실감을 높인다. 특히 과거사 정리, 대선 개입 등 현실과 유사한 설정들은 관객들에게 더 큰 몰입감을 제공하며, 영화가 허구를 빌려 현실을 고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게 만든다. 본론에서는 ‘더 킹’이 단순히 검사와 권력자의 이야기를 넘어, 한국 사회의 전체적인 구조적 병폐를 해부하며, 권력을 욕망하는 개인과 그 권력을 설계한 집단 사이의 관계를 통해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믿는 정의와 권력이 얼마나 취약하고 가변적인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왕이란 자리를 둘러싼 냉소와 진실

‘더 킹’의 결말은 씁쓸하지만 현실적이다. 박태수는 결국 권력의 허상을 깨닫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각을 한다. 하지만 그의 선택이 완전히 정의롭다고 보기엔 애매하다. 그는 기존 권력 구조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확보하려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 결말은 관객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진짜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가장 선명하게 남는 것은 '왕'이라는 단어의 의미다. 우리가 흔히 ‘권력자’라고 부르는 인물들은 정말 왕일까? 아니면 왕처럼 보이게 만들어진 허상일 뿐일까? 그리고 그 허상을 만들어낸 자들은 누구인가? 이 영화는 그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을 하지 않지만, 충분히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더 킹’은 단지 출세한 한 남자의 이야기나 검찰 내부의 부패 고발극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성공’이란 무엇이며, ‘힘’이란 누구의 것인지를 되짚게 만드는 복합적인 질문의 연속이다. 권력의 생리학을 탁월하게 해부해 낸 이 영화는, 단순한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서 인간의 본성과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결론적으로 ‘더 킹’은 무너진 정의를 바라보는 시선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작품이다. 영화는 화려하고 통쾌하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허무와 냉소가 깔려 있다. 그러나 그 냉소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묻는다. ‘진짜 왕은 누구인가’, ‘그 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나는 그 판 위에서 어떤 말을 연기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영화 밖 현실에서 더 선명해진다. ‘더 킹’은 그 질문의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