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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리뷰 – 벗어나고 싶은 삶, 그 끝에서 마주한 해방

by overinfo 2025. 6. 29.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가는 세 남매와 미스터리한 외지인의 만남을 통해,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해방의 의미를 고요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거대한 사건 없이도 깊은 울림을 남기며, 현대인의 내면을 관통하는 ‘해방’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나의 해방일지 리뷰

지극히 평범한 무기력 속, 해방을 갈망하는 우리들

‘나의 해방일지’는 화려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반전 없이, 고요하지만 강력한 정서의 흐름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드라마는 경기도 산포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서울까지 왕복 3시간이 넘는 출퇴근길을 감내하며 지루한 삶을 살아가는 세 남매—염기정, 염창희, 염미정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이를 탈출할 구체적인 수단도 의지도 없이 하루하루를 견딜 뿐이다. 이 지루하고 숨막히는 일상의 분위기 속에 ‘구씨’라는 의문의 남자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은 달라진다. 구씨는 말이 없고 과거가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염미정과 미묘하게 교차하면서, 그녀가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계기가 된다. ‘해방’이라는 단어는 이 드라마의 중심에 있는 키워드이자,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절실히 바라게 되는 감정의 끝이다. 염미정은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철저히 소외된 존재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날 문득 선언하듯 말한다. “나를 좀 숭배해줘요.” 이 대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누군가의 애정을 구걸하지 않고, 스스로를 고귀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 그것이야말로 해방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이 대사는 단지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현대인의 외침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전형적인 성공서사나 로맨스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극도로 일상적인 순간들—지하철, 회식, 비 오는 퇴근길, 소소한 대화—을 통해 인물들이 처한 감정의 늪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늪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는 과정을 조용히 따라간다. 이 서사는 현실과 맞닿아 있기에 더 진실되게 다가오고, 시청자 자신이 염미정 혹은 염창희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서론에서는 ‘나의 해방일지’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해방’이라는 보편적 욕망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드라마임을 강조하며, 그 고요한 힘이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겨주는지를 분석한다.

 

무언가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

‘나의 해방일지’는 모든 인물이 저마다 해방되고자 하는 무언가를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염미정은 소외와 무기력에서, 염창희는 무능과 자괴감에서, 염기정은 사랑받지 못한다는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구씨는 과거의 폭력적 삶에서 도망치고자 산포에 은둔해 있다. 이들은 모두 ‘지금의 나’를 벗어나고 싶어 하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이든, 궁극적으로는 존재의 자유를 갈망한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말한다. 해방은 거창한 사건이나 특별한 계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인식하는 순간에서 시작된다고. 그 인식이 구씨의 술잔에서, 염미정의 일기장에서, 염창희의 술에 취한 넋두리에서 찾아온다. 극중 대사 중 “사람들은 사랑을 꿈꾸지만, 나에겐 해방이 먼저였다”는 말은 그 상징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사랑도, 성공도, 인정도 결국은 나를 가두는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에 가능하다는 통찰이다. 이 작품은 무기력함을 단순한 게으름이나 열정 부족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 구조 안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소외되고, 정체성을 잃어가는지를 조명한다. 염미정이 출근길에서 느끼는 허탈함, 염창희가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 느끼는 무력함, 염기정이 관계에서 반복되는 상처 속에서도 꾸역꾸역 자신을 지키려는 모습은 현실 그 자체다. 그리고 이 모습들은 우리 사회가 가진 일상적인 우울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드라마는 ‘말’의 힘을 강조한다. 인물들은 끊임없이 고백하고 기록하며, 결국은 그 말들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고 변화시킨다. 해방은 그렇게 시작된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말은 해방의 도구이자, 자신을 드러내는 첫 번째 수단이다. 본론에서는 각 인물들이 원하는 ‘해방’의 정체를 분석하며, 이 드라마가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인간 내면의 회복 가능성을 조명하는 작품임을 강조하였다.

 

조용히 무너지던 우리가, 다시 조용히 일어설 수 있는 이야기

‘나의 해방일지’는 드라마지만, 마치 한 권의 시집처럼 읽힌다. 각각의 장면이 마치 한 편의 시처럼 고요하지만 깊은 감정을 담고 있으며, 인물들의 대사는 일상의 언어이면서도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해방을 큰 변화를 통해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한 일상의 균열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드라마가 끝날 무렵, 염미정은 여전히 회사에 다니고, 염창희는 여전히 실수하며, 구씨는 다시 떠난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듯하지만, 이들의 내면은 이전과 다르다. 그들은 더 이상 무기력하지 않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인식했고, ‘해방’이라는 단어를 통해 삶의 새로운 방향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의 해방일지’는 삶을 바꾸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그 해답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 조용히 손을 내민다. 그리고 말한다. “당신도 해방될 수 있다”고. 이 작품이 강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그 ‘가능성’ 때문이다. 삶이 지긋지긋하고, 반복되는 하루가 버겁고,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이 드라마는 조용히 말해준다. “괜찮아, 너는 지금도 잘하고 있어.” 결국 ‘나의 해방일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래서 그들의 작은 변화, 고백, 울분, 침묵, 그리고 해방은 우리에게도 현실 가능한 희망처럼 다가온다. 우리는 모두 해방을 꿈꾼다. 그 해방이 사랑일 수도 있고, 용서일 수도 있고, 나 자신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가능성을 품은 이 드라마는, 우리가 그 첫걸음을 내딛게 하는 조용한 용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