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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 리뷰 – 선과 악, 그리고 평범함의 저항

by overinfo 2025. 6. 23.

경이로운 소문 리뷰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를 잡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펼치는 이야기다. 유쾌한 액션과 감동적인 서사,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한 통찰을 결합한 이 작품은, 소시민의 정의와 연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진지하게 그려낸다.

 

 

악에 맞서는 평범함, 히어로는 곁에 있다

‘경이로운 소문’은 2020년 OCN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웹툰 『경이로운 소문』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카운터’라는 이름의 악귀 사냥꾼들이 등장하여, 죽은 자의 영혼을 악령으로부터 지키는 과정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진정으로 흥미로운 이유는, 초능력과 액션보다는 ‘평범함’과 ‘공감’이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소문(조병규)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다리를 절며 살아가는 고등학생이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위겐’이라는 차원의 존재에게 선택되어 카운터로 거듭나고, 이후 이 세상에 숨어 사는 악귀들을 찾아 퇴치하는 특별한 팀의 일원이 된다. 이 과정은 일반적인 히어로 서사처럼 보이지만, ‘경이로운 소문’이 그리는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 작품은 특별한 능력보다 ‘평범한 인간의 정서’에 집중한다. 소문은 처음부터 완전한 영웅이 아니다. 친구들과 부딪히고, 상처받고, 겁내면서도 결국에는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통해 성장한다. 또한 그가 속한 카운터 팀 – 도하나(김세정), 가모탁(유준상), 추매옥(염혜란) – 역시 각자의 사연과 아픔을 지닌 보통 사람들이다. 이들은 과거의 상처와 슬픔을 딛고 타인을 위해 싸우는 이들로, 초능력은 그저 부차적인 수단일 뿐이다. 서론에서는 ‘경이로운 소문’이 단지 히어로물이 아니라, 인간적 결핍과 상처를 지닌 이들이 서로를 통해 회복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저항의 서사’ 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드라마는 정의란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을 지키려는 평범한 의지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선과 악의 경계, 그리고 인간의 선택

‘경이로운 소문’은 분명 ‘악귀’라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악의 실체를 명확히 보여주는 장르물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진정으로 빛나는 이유는 선과 악을 명백히 나누지 않는 인간 중심의 시선에 있다. 악귀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의 강렬한 분노, 집착, 탐욕이 만들어낸 존재로 그려진다. 따라서 드라마는 괴물보다 ‘그 괴물이 되기까지의 인간’을 더 중요하게 다룬다. 특히 악귀로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억울한 죽음을 당하거나, 사회의 불의에 내몰린 이들이 많다. 이들은 죽어서도 구원받지 못한 채 증오로 가득 찬 영혼이 되어, 또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준다. 이는 단지 초자연적 존재로서의 악이 아니라, 현실 사회 속 복수와 고통이 되물림되는 구조를 반영하는 메타포이기도 하다. 악은 우리 안에 존재하며, 그것은 방치되고 외면된 상처에서 자라난다는 점을 이 드라마는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반면 카운터들은 ‘완전한 선’이 아니다. 그들 역시 두려움을 느끼고, 때로는 복수심에 휘둘리며 갈등한다. 예를 들어 가모탁은 경찰이었던 과거를 잃은 채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부패한 권력자들과 얽히며 분노에 휩싸인다. 그러나 그는 결국 스스로의 윤리적 기준을 회복하며, 정의란 단지 강자에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지키는 것임을 깨닫는다. 이는 선이란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선택과 실천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또한 소문의 이야기는 ‘가족’과 ‘연결’이라는 주제를 통해 확장된다. 그는 부모를 잃은 아픔 속에서도 새로운 가족과 같은 팀원들과 관계를 맺으며, 점차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나아가, 그의 능력이 커질수록 그는 점점 더 자신이 보호해야 할 존재가 많아진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이는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한 성장 서사로, 오늘날 개인주의 사회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본론에서는 ‘경이로운 소문’이 보여주는 선과 악의 복잡한 구도, 인간 심리의 다층적인 면모, 그리고 ‘선택’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선악 대결이 아니라, 인간이 매 순간 선택을 통해 스스로를 규정해 나간다는 깊이 있는 통찰을 품고 있다.

 

작은 정의, 큰 울림 – 우리 모두의 이야기

‘경이로운 소문’은 장르적 재미와 인간적인 감동을 동시에 품은 드라마다. 액션과 미스터리, 초능력이라는 외피 속에 담긴 핵심은 사실 ‘보통 사람들의 작은 정의’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불의, 상처, 두려움에 대해 질문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방식으로 ‘연대’를 제시한다. 이 작품이 특별한 점은, 거대한 영웅 서사가 아닌 평범한 이들의 소박한 저항을 통해 정의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았다는 점이다. 세상의 악은 때때로 너무 거대하고 막막하지만, ‘경이로운 소문’은 말한다. “정의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 잘못된 것에 분노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옆 사람의 손을 잡는 행동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또한 이 드라마는 ‘치유’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과거의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함께 싸우며 회복해 가는 과정은 보는 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특히 청소년, 노동자,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인물군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의 시선을 조명함으로써, 드라마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경이로운 소문’은 단지 재미있는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초능력은 판타지지만, 그 능력을 통해 보여준 정의와 연대는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악’과 마주하고 있다. 그때 필요한 건, 초능력이 아니라 옆 사람과 함께 서는 ‘작은 용기’ 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조금 더 경이롭게 만들 것이다.